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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프 마니아의 독백.

다다익선을 실천하듯 골프만큼 선택의 가짓수가 즐비한 차가 있던가? 그중 치우침 없는 종합 평점을 계산하면 고득점은 분명 골프 1.4 TSI의 몫이다. 내가 골프 1.6 TDI를 갖고 있으면서도 골프 1.4 TSI를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다.

최민관(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민석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주차장에서 날 기다리는 퍼시픽 블루 컬러 골프 두 대. 팽팽한 활시위를 연상케 하는 C필러의 엇갈리는 리듬을 지켜본다. 흡족해지며 슬며시 웃음이 난다.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파워트레인을 고른다. 하루의 시작이다.

7세대 골프가 나오자마자 골프 1.6 TDI를 샀다. 또 다른 한 대는 골프 1.4 TSI다. 2년 넘도록 지켜봤지만 주차장에서 내 차의 뒷모습을 볼 때는 아직도 설렌다. 군살 없는 단정한 라인에서 초대 골프의 전통이 고스란히 겹친다. 그렇다. 난 골프 마니아다. 그것도 자그마한 우유갑 같았던 2세대 골프를 흠모하고, 메커니즘의 혁신을 이뤘던 5세대 골프를 사랑하며, 높은 완성도의 7세대 골프를 타는 중증 마니아다.

골프는 폭스바겐의 전부이자 해치백의 전설이다. 7세대 골프는 전작보다 낮고 넓으며 한층 길어졌다. 반면 오버행은 짧아져 전체적인 비율은 한층 견고하다. 지붕과 평행을 그리는 사이드 캐릭터는 무척 날렵하다. 실제 볼륨이 상당한 휠 아치는 살짝 감추듯 세심하게 빚어놓아 한층 우아해졌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디자인이 아닌 파워트레인이다.
1.4 TSI 엔진을 묘사할 때 적확한 단어는 밸런스다. 완벽하게 균형 잡은 시소 가운데 서서 양쪽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앞바퀴 굴림 해치백의 표본 같다. 일단 불쾌한 소음을 지웠다.

진동 없이 매끈하다.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으면 쭉 내뻗는 품새가 ‘플랫 토크’의 균질감을 보인다. 누가 운전하더라도 쉽고 빠르다. 레드라인에 근접하는 구간에서나 겨우 살짝 토해내는 숨결이 느껴진다. 고속에서는 초정리 광천수의 ‘톡’ 쏘는 감칠맛이 배어난다. 저속에서의 몸놀림은 재잘거리는 소녀마냥 쾌활하다. 참 신기하다. 앞바퀴굴림 특유의 둔탁함이 없다.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에나 어울릴 ‘핸들링이 즐겁다’는 표현을 헌정한다. 가벼운 엔진 덕분에 말쑥한 회두성을 뽐낸다.

아무리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도 자세는 무너지지 않는다. 단단한 섀시는 핸들링의 기본이다. 진가는 구불거리는 강원도 국도에서 드러난다. 차창 너머로 가드레일이 바짝 다가설 때조차 타이어는 비명을 내지 않는다. 사뿐사뿐 날아 매끈하게 이동하는 세련된 풋워크에 반해버렸다.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 시스템에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XDS)을 더했다. 굽잇길에서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접지력을 높이는 안전 장비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골프 1.4 TSI는 뛰어난 엔진에 짜릿한 변속기를 매칭했다.

듀얼 클러치(DSG)는 저속에서 종종 툭툭거리며 관성적 불협화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데 이 차, 예사롭지 않다. 기어비가 벌어지는 1~2단을 오갈 때조차 주춤거리거나 툭 늘어지는 충격이 사라졌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DSG의 매력은 십분 살아난다. 내 마음을 읽으며 경쾌하게 착착 올라붙는다. 7단 DSG는 건식 클러치를 써서 윤활유는 물론 유닛의 부피와 무게를 줄였다.

 

대 응 토크가 높을수록 회전 관성은 불쾌하게 전해지기 마련 아닌가? 내가 1.4 TSI 파워트레인을 사랑하는 이유다. 덧붙이자면 1.4 TSI 엔진은 고른 장점을 인정받아 폭스바겐의 미래를 책임질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의 과도기에서 활약할 골프 GTE의 심장으로 낙점됐다. 신기하게도 골프 GTE와 골프 1.4 TSI의 감각은 무척이나 흡사했다.

7세대 골프는 주행 모드를 환경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이름하여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이다. 젠틀한 운전자인 나는 미리 맞춰둔 인디비주얼 세팅을 즐긴다. 서두를 것 없으니까. 스티어링은 스포츠, 엔진은 노멀, 변속기는 에코로 세팅한다. 살짝 초조해지면 아예 노멀 모드로 바꾼다. 날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달려갈 때는 무조건 스포츠 모드다.

 

이 차는 세 얼굴의 사내다. 주행 모드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의 폭이 무척 다르다. 경제적인 운전과 편안한 주행, 화끈한 질주의 맛이 완전 다르다는 얘기다. 골프 R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다면 골프 1.4 TSI는 <마스크>의 짐 캐리에 빗댈 수 있다. 그래도 본질적으로는 젠틀맨이다. 부드럽게 손질한 서스펜션 덕분에 누더기 도로가 두렵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했던 5세대 GTI를 거칠게 표현하자면 ‘텅텅’ 차체를 울리며 노면을 훑던 수준이었다. 7세대 골프는 관절 사이에 기름칠을 더했다. 어른들을 모셔도 좋을 승차감이다.

 

안전장치도 풍부하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면 경보 시그널과 함께 계기판에 주의 아이콘이 뜬다. 에어백은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모두 7개다. 혁신적인 안전 기술도 포함됐다. 불의의 사고로 센서에 1차 충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충격으로 인한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ESC 컨트롤 유닛은 최대 0.6g의 감속률로 제동 속도를 조절한다. 시속 10km로 감속될 때까지 작동한다. 이때도 운전자는 차를 조종할 수 있다. 충돌할 때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머리와 상체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조절되는 기능을 갖췄다. 아, 직접 체험해봤냐고? 아직 그럴 기회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물론 최상의 방어는 섀시다. 혁신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한 MQB 플랫폼은 훌륭한 재료다.

 ↖골프 1.4 TSI의 실내는 스마트 캐주얼의 표본이다.  스티어링 휠의 매끈한 림은 자꾸만 움켜쥐고 싶고, 앞뒤와 위아래로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 맞춤형 운전 자세를 부른다.

↑ 독일척추협회의 인증을 받은 스포츠 시트를 기본으로 달았다.

Golf 1.4 TSI BMT Premium

전장 4,255mm  |  전폭 1,800mm 
전고 1,450mm  |  휠 베이스 2,640mm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변속기     7단 DSG
최고출력     140ps/4,500~6,000rpm
최대토크     25.5kg.m/1,500~3,500rpm
0-100km/h      8.4초
최고속도     212km/h
타이어 규격     225/45R17
연료탱크 용량     50ℓ

골프 1.4 TSI는 스니커즈다. 평일에는 회사를 오가고 주말에는 훌쩍 여행을 떠나는 내 라이프스타일에 100% 들어맞는.

레시피는 탁월했다. MQB 플랫폼의 모듈 결합 방식은 가볍고 강하다. 크로스 멤버의 주름 하나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구조를 보강했다. 그러면서도 차체 바디에서만 23kg을 덜어냈다.

 

대시보드에는 열가소성 수지 발포체를 새롭게 주입했다. 가벼우면서도 샌드위치 구조로 큰 하중을 버텨낸다. 실내의 체감 공간은 대형차 저리가라다. 캠핑장에서는 뒷좌석을 접고 트렁크 선반을 떼어내면 훌륭한 침대로 바뀐다.

 

그렇게 확장된 공간은 뭐든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다. 다리만 떼어낸 4인용 테이블과 40병을 수납한 와인 셀러를 직접 운반했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다. 시트도 훌륭하다. 고탄력 폴리우레탄 폼으로 빚어낸 탄탄한 쿠션이 몸을 감싼다.


내 차의 직물&알칸타라 스포츠 시트도 충분히 기능적인데, 시승차인 프리미엄 모델에 달린 비엔나 가죽 시트도 욕심난다. 무척 고급스럽다. 골프는 탈 때마다 내 몸에 꼭 맞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차다.

편의 장비는 수수하지만 불편한 점은 없다. 8인치 터치스크린은 하단부에 손가락만 갖다 대면 알아서 감지해 메뉴를 화면에 띄워준다.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DMB&TPEG, SD 카드 슬롯과 DVD 플레이어, 미디어 인 케이블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오토홀드는 최고의 기능이다. 실내에는 화이트 엠비언트 라이트 트림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밤에 보면 은은한 컬러가 편안한 기분을 전해준다. 도어 팔걸이에 손을 걸치면 손끝에 창문 스위치가 탁 닿는다. 이쯤에서 정리해보자. 골프는 콤팩트 해치백이다.

 

다들 신었을 때 편안하고 멋스러우며 때론 신 나게 달음박질할 수 있어서 애착이 가는 운동화 한 켤레는 있겠지? 골프 1.4 TSI는 그런 스니커즈다. 정말 좋아하는 멋스러운 스니커즈다. 평일에는 회사를 오가고 주말에는 훌쩍 여행을 떠나는 내 라이프스타일에 100% 들어맞는.

 1.4 TSI 엔진은 최상의 선택이다. 밀리는 도심 구간이나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 모두 완벽하게 기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