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Magazine

DISCOVER MORE

my odd
classic car.

남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예쁜 여자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어 있다.
김성진 씨와 김윤동 씨가 클래식카에 마음을 빼앗긴 첫 번째 이유도 같다. 예뻐서.
원초적으로 빠져들었다는 두 남자의 폭스바겐 클래식카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최은혜
사진 박남규

1세대 골프 카브리올레 오너, 김성진

클래식카는 어렵게 부품을 공수해야 하고 꾸준히 차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애초에 차를 좋아하지 않으면 클래식카 오너의 명함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 그러나 김성진 씨의 시작은 달랐다. 1986년식 1세대 골프 카브리올레를 소유한 그는 미니카를 수집하다가 클래식카 오너가 된 케이스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골동품 장난감을 전시하는 ‘틴토이 뮤지엄’을 운영하는 그의 이력을 고려한다면 의아한 일은 아니다.


“차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물론 저도 차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15년 전쯤, 1800년대 미니카를 알아보던 중 진짜 클래식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폭스바겐 클래식카를 좋아하게 된 건 단순히 디자인이 예뻐서였어요. 특히 오리지널 비틀이요.”


김성진 씨에게는 오리지널 비틀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어렸을 때 동네에 검정색 오리지널 비틀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나도 나중에 저런 차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다 5년 전 그의 손에 1세대 골프 카브리올레의 키가 쥐어졌다. 이 차의 매력은 한마디로 ‘구수함’이다. 날렵하고 빈틈없는 요즘 모델과는 달리, 우직한 디자인에 오히려 매력을 느껴 구매했다고. 무엇보다 이 차는 카브리올레가 아닌가!


당연히 지붕을 열었을 때 최고의 매력을 선사한다. 고백건대 그는 이 차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오픈카 오너들을 단단히 오해했다.
지붕을 열고 도로를 활보하는 이들을 보며 겉멋이 잔뜩 들었다고 혀를 차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오픈카 예찬론자다.


“지붕이 일부만 열리는 것과 전체가 뚫리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예요.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달려보셨어요? 속도감과 해방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게다가 전 늦가을까지도 반팔을 입을 정도로 추위도 잘 안 타는 체질이라 오픈카가 딱 맞아요.”

안 그래도 외관이 튀는데 도로에서 지붕까지 열고 달리면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까? 역시나 주행 중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단다. 차 사진만 찍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김성진 씨 얼굴까지 같이 나오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김성진 씨는 지붕을 열기 전에 꼭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이 차의 또 다른 장점은 뛰어난 공간 활용성이다. 윗부분이 완전히 트여 있으니 웬만한 물건은 다 넣을 수 있단다. 뒷좌석에 매트리스까지 넣어봤다니 검증은 확실한 셈이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확실히 좋은 차라는 건 알겠어요. 사실 저는 차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 아니에요. 매일 시동을 걸어주는 정도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차와 같은 연식인 다른 차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폐차시켰거든요. 그런데 이 차는 이렇게 멀쩡히 굴러가니, 폭스바겐의 기술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마음만 먹으면 평생 탈 수도 있고, 얼마든지 대를 물려서 탈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해요.”

마이크로버스 오너, 김윤동

드림카가 마이카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차의 연식이 오래될수록 투자의 농도가 짙어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괜히 ‘드림카’겠는가.


1964년식 타입2(마이크로버스) 오너인 김윤동 씨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이해가 빠를 거다. 김윤동 씨는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드림카였던 마이크로버스를 차고에 두는 것으로 모자라 캠핑카로 사용하고 있다. 이보다 낭만적이고 화려한 인생이 없을 것 같지만, 속사정을 알고 난 뒤에도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차에 대해 잘 몰랐던 때는 이 차의 이름이 마이크로버스인지도 몰랐어요. 마냥 예뻐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막연하게 갖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때는 비틀도 좋아했어요. 차에 대해 알게 되면서 두 차가 모두 폭스바겐 모델이라는 걸 알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이크로버스와의 인연은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독일에서 생산된 후 미국으로 수출됐다가 1995년에 일본으로 불려 간 차를 김윤동 씨가 한국으로 가져왔다. 안타깝게도 첫인상은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 오랫동안 방치됐던 모양인데, 아내에게 한소리 들을까봐 3주 정도는 집에 가져가지도 못 했다.

 

그러나 50년이 다 된 빈티지 차량을 구매했을 때는 어느 정도 감수했던 일. 우선 1,000페이지가 넘는 폭스바겐 영문 매뉴얼 북을 보며 눈이 빠지도록 공부했다. 밤에는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다. 수리에 필요한 순정 부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엔진과 뼈대 정도만 남겨두고 바닥까지 들어내며 수리 작업에 착수했다. 차 하부를 들어내던 중 총알을 발견하기도 했다.

역사가 오래된 차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이벤트다. 복원 후에도 에피소드는 끊이지 않았다. 온 가족이 캠핑을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클러치 케이블이 끊어져 기어가 걸리지 않았던 일, 부품을 구하지 못해 주차장에 차를 두 달 동안 세워둔 일 등 별의별 사건이 다 있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제는 항상 여유 부품을 차에 갖춰놓고, 먼 길을 떠날 때는 도로가 가장 한산할 때 집에서 나선다. 다른 차량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성능 면에서는 신차가 더 좋을 수 있겠죠. 그러나 클래식카는 기술이나 효율성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이크로버스는 1960년대 히피의 상징이기도 했고 비틀스와 스티브 잡스가 탄 차로도 유명하죠. 이야깃거리가 많아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마이크로버스를 좋아해요. 이 차를 타고 캠핑을 가면 그렇게 신이 날 수 없어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야 아빠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차가 없지요.”